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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정 이진혁, 무예와 서예를 융합한 '무서(武書)'로 K-예술의 새 지평을 열다.
세계 최초 '무서' 장르 개척… 30년 무예 내공과 치유 철학을 화선지에 담아낸 다원주의 예술의 정점 선보였다.
전 세계 200여 개국 태권도 유단자들이 소지하는 국기원(Kukkiwon) 단증. 그 배경에 새겨진 역동적이고 강렬한 그림의 주인공이자, 세계 최초로 무예(Martial Arts)과 서예(Calligraphy)를 결합한 '무서(武書)' 장르를 개척한 탄정(炭丁) 이진혁 작가가 동시대 융합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진혁 작가가 주창한 '무서'는 전통 서예의 평면적 텍스트 예술에 육체를 단련하여 기(氣, 인체 내면의 근원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무예, 그리고 내면의 고요를 탐구하는 명상을 하나의 통일된 예술적 행위로 직조해 낸 작업이다. 한편, 최근 그의 예술은 디지털 미디어 영상 기술과 결합하며 3차원 공감각 예술로 도약하고 있다. 2025년 1월 홍대 미디어관에서 개최된 'K-무서 영상미디어 개인전'에서는 디지털 프로젝션 매핑을 통해 관객이 빛의 궤적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몰입적 환경을 제공했다. 이어 2026년 9월 홍대 요기가갤러리에서는 대중음악 밴드의 라이브 공연과 함께 현장에서 무서를 창작하는 행위 예술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다음은 다가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약 한 달간, KCAC한국문화예술센터에서 하트플로와 택견을 융합한 전시를 준비하는 이진혁 작가와의 일문일답이다. Q. 작가님께서는 세계 최초로 무술과 서예를 결합한 ‘무서(武書)’라는 장르를 개척하셨습니다. 육체적 에너지를 발산하는 무예와 평면적인 텍스트 예술인 서예,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영역을 하나의 캔버스에 융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영감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A. 저에게 무예와 서예는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 무예를 수련하고 서예 작업을 하면서 어느 순간 두 행위가 같은 원리 위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예에서 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호흡과 중심, 힘의 방향, 속도와 멈춤, 그리고 의식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붓으로 한 획을 긋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붓끝이 움직이기 전에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호흡과 몸의 중심이 손끝을 거쳐 하나의 선으로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무예 동작을 이용해 글씨를 쓰는 실험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하나의 수행으로 발전했습니다. 몸은 무예를 하고, 손은 글씨를 쓰지만, 그 모든 것을 움직이는 중심에는 호흡과 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무서는 단순히 무술과 서예를 합친 작품이 아닙니다. 몸의 움직임과 정신의 상태가 하나의 흔적으로 남는 예술입니다. 결국 무서의 시작은 제가 오랫동안 해왔던 무예와 서예, 그리고 명상이 사실은 하나의 길이었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Q. 30여 년간 태극권, 검도, 택견 등 무예를 수련해 온 '진성 무예인'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예의 역동적인 신체 궤적이 어떻게 먹물과 붓을 통해 화선지 위에 시각적으로 구현되는지, 그 창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일반적인 서예가 손목과 팔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한다면, 제가 하는 무서는 몸 전체를 사용합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호흡을 가다듬고 몸의 중심을 잡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표현할 것인지 마음속에 하나의 의도를 세웁니다. 그다음 붓을 잡지만, 붓을 움직이는 것은 손만이 아닙니다. 하체가 중심을 만들고, 허리의 회전과 어깨의 움직임이 팔로 전달되고, 마지막 순간에 그 힘이 붓끝으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작품에 나타나는 굵고 거친 선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먹의 흔적, 갑자기 멈추는 부분들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 순간 제 몸의 속도와 힘의 방향, 호흡과 중심 이동이 그대로 기록된 것입니다. 먹의 농담 역시 중요합니다. 먹이 번지고 스며드는 현상을 완전히 통제하려 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의도와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우연이 함께 작품을 완성하도록 둡니다. 저는 무서 작업을 일종의 몸으로 쓰는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획 안에는 제가 지나온 무예 수련의 시간과 그 순간의 호흡, 감정, 에너지와 의식이 동시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글자를 다시 써도 똑같은 작품은 나올 수 없습니다. 무서는 완성된 형태를 복제하는 예술이라기보다 그 순간의 몸과 정신이 지나간 흔적을 남기는 예술에 더 가깝습니다. Q. 과거 조선의 『무예도보통지』가 적을 살상하기 위한 실전 훈련서였다면, 작가님의 '무서'는 무기의 파괴력을 평화와 상생으로 승화시킨 '심미적 무예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타인을 제압하는 '무(武)'가 어떻게 자아를 성찰하는 '예(藝)'로 전환될 수 있는지 작가님의 철학을 여쭙고 싶습니다. A. 무예의 출발에는 분명 생존과 전투의 역사가 있습니다. 칼과 창은 본래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도구였고, 많은 무술 역시 전장에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예가 오랜 시간 인간의 문화 속에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싸움의 기술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련이 깊어질수록 무예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이 됩니다. 자신의 두려움, 분노, 욕심, 조급함을 다스리지 못하면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좋은 무예인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예의 깊은 단계에서는 상대를 이기는 기술보다 자기 자신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무예와 예술이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칼로 상대를 베는 대신 공간을 가르고, 그 움직임을 붓으로 옮깁니다. 창의 찌르기는 공격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선이 되고, 검의 베기는 하나의 아름다운 곡선이 됩니다. 본래 파괴를 위해 만들어졌던 움직임이 예술의 언어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서의 핵심을 ‘타인을 향하던 힘을 자신을 바라보는 힘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무(武)의 가장 높은 단계는 싸움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 역시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고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그 두 길이 만나는 지점이 제가 추구하는 무서입니다. 파괴의 에너지를 창조의 에너지로, 경쟁을 성찰로, 긴장을 평화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제가 무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철학입니다. Q. 충주세계무술축제 총감독을 3회나 역임하시며 K-컬처의 외연 확장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앞으로 '무서'라는 독창적인 예술 장르가 세계 문화 예술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시는지, 그리고 작가님의 향후 창작 및 전시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무서를 단순히 개인적인 작업 방식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국에는 세계적으로 매우 강력한 문화 자산이 있습니다. 태권도와 택견을 비롯한 무예가 있고,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문자와 서예의 전통이 있으며,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는 동양적 정신문화가 있습니다. 무서는 이 세 가지를 현대적인 예술 언어로 연결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해외에서 무서를 설명할 때 그것이 꼭 한국의 전통만을 보여주는 예술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무서가 가지고 있는 핵심은 인간의 몸과 호흡, 움직임, 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무서가 한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세계의 다양한 무예와 예술, 철학이 만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창작 방식도 계속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화선지와 먹이라는 전통적인 재료를 중심으로 작업해 왔다면 앞으로는 퍼포먼스, 영상, 음악, 미디어아트, 인공지능 기술 등과 결합하여 관객이 단순히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예술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무서를 하나의 교육과 수행 체계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무술을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서예를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호흡하고 움직이고 붓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는 경험 자체가 중요합니다. 아이부터 성인까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집중력과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하나의 현대적인 수행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제가 바라는 것은 무서가 하나의 작품이나 퍼포먼스의 이름을 넘어 한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예술적 · 철학적 장르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K-팝과 영화가 한국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달했다면, 무서는 한국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몸과 정신의 문화를 세계와 나누는 하나의 새로운 K-Art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탄정 이진혁 작가의 '무서(武書)'는 단순한 시각적 장르의 개척을 넘어, 경쟁과 속도에 지친 현대인에게 깊은 명상적 치유를 선사하는 철학적 실천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평면의 화선지를 벗어나 라이브 퍼포먼스로 진화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가는 그의 행보는 K-Art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융합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물리적 파괴력을 상생과 평화의 예술로 승화시킨 심미적 무예서, '무서'가 앞으로 세계 문화 예술계에 어떠한 묵직한 파동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진혁 작가의 철학과 융합 예술의 진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2027년 1월 1일 KCAC한국문화예술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