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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대 택견 유망주, 호치민 일식집 CEO 되다… 택견꾼 이근일의 특별한 외도(外道).
- 도복 벗고 요리복 입은 택견인… 이근일 재베트남택견회장, "K-무예 붐 이끌 것"
용인대학교에서 택견을 전공하며 촉망받는 유망주로 꼽히던 청년 무예가가 도복을 벗고 베트남 호치민의 성공한 일식당 CEO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제는 그 성공의 궤적을 디딤돌 삼아, 대한민국 전통 무예이자 스포츠인 택견을 인도차이나반도 중심부에 뿌리내리겠다는 담대한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뒤로하고 베트남 요식업계에서 입지를 굳힌 뒤, 최근 재베트남택견회 초대 수장으로 복귀한 이근일 회장의 이야기다. 낯선 타국에서 사업가로 뼈를 깎는 시간을 견뎌낸 그는 이제 경영 노하우와 현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K-무예’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다. 전공자의 정통성과 경영인의 날카로운 감각을 두루 갖춘 이근일 회장을 만나, 10년의 타향살이와 그가 그리는 택견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Q. 고교 시절부터 주목받던 택견 유망주였고 용인대 전공까지 마쳤다. 선수나 지도자의 탄탄대로를 뒤로하고, 돌연 ‘베트남행’과 ‘일식 요식업’이라는 거친 도전을 택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 A. "특정 사건 때문이라기보다는 미지의 세계에 온몸을 던져보고 싶다는 갈증이 가장 컸다. 1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베트남은 지금처럼 주목받는 기회의 땅이 아니었지만, 이 역동적인 나라가 반드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원초적 직감이 있었다. 맨주먹 하나 쥐고 건너와 중부 다낭에서 온갖 밑바닥 궂은일을 버텨냈다.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의 위기 속에서도 사투를 벌인 끝에, 현재 호치민의 핵심 상권인 타오디엔에서 일식당을 안착시킬 수 있었다." Q.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자리 잡은 시점에 ‘재베트남택견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다시 도복의 세계로 돌아온 특별한 동력이 궁금하다. A. "솔직히 책임감의 무게가 상당하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베트남 땅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면서도, 도심의 큰 무대나 축제 현장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서 본능처럼 치고 올라오는 생각이 있었다. ‘저 무대 위에 택견을 올린다면 얼마나 압도적일까?’ 이런 질문을 가슴에 묻고 있었다. 젊은 시절의 내가 택견을 ‘얼마나 기술적으로 잘하는가’에 매달렸다면, 산전수전을 겪은 지금의 나는 택견을 ‘어떻게 세계인의 시선에 각인시키고 안착시킬 것인가’라는 시스템적 사명감에 집중하고 있다." Q. 현재 베트남 현지에서 택견을 보급하는 데 있어 맞닥뜨린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무엇이며, 이를 돌파할 복안은? A. "단언컨대 핵심은 ‘사람’과 지속 가능한 ‘인프라’의 부재다. 화려한 일회성 시범 공연은 박수를 받고 끝나지만, 그 감동을 이어받아 수련생을 가르칠 전문 지도자와 상설 도장이 없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벤트 중심의 접근법을 버리고, 베트남 현지 학교 체육 정규 과정, 공공 체육시설, 민간 기관과 긴밀히 연계해 ‘일상에서 배우는 수련 체계’를 이식하는 것이 급선무다. 베트남 대중에게 택견을 단순한 한국의 이국적 전통 무술로 설명하기보다, 몸으로 직접 호흡하고 교감하는 살아있는 생활 문화로 체득하게 만들어야 한다." Q. 낯선 타국에서 일식 CEO로서 일군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경영 역량이 택견 세계화에 어떤 시너지(상승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나? A. "외국인이 타국에서 비즈니스를 일구며 얻는 가장 값진 무기는 ‘그들의 문화 속으로 파고들어 진짜 관계를 맺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종목 보급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현지 교육 당국, 스포츠 협회, 기업 스폰서십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고도의 비즈니스 전략이 요구된다. 10년간 현지 바닥에서 구르며 구축한 인맥과 정보력, 그리고 로컬 문화를 꿰뚫어 보는 감각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면, 베트남 내 택견 진입 장벽을 허물 수 있을 것이다." Q. 이근일 회장이 그리는 ‘베트남 내 택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향후 5년 뒤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 목표가 있다면? A. "5년 뒤 매일 아침, 베트남 주요 공원마다 현지 시민들이 푸른 나무 아래 모여 부드러운 품밟기로 하루를 여는 광경, 혹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한복을 입고 택견을 수련하는 모습을 꿈꾼다. 한국에서 사범을 매번 수급해야 지탱되는 불안정한 구조를 벗어나, 베트남인 지도자가 현지 제자를 양성하는 자생적 선순환 생태계를 완성하는 것이 과제이다. 5년 뒤 그저 한 단체의 회장으로 기억되기보다, 베트남이라는 광활한 대지에 택견이라는 거목을 완벽히 뿌리내리게 한 주역으로 기억되고 싶다." 유망주라는 안락한 틀을 과감히 깨부수고 나와 타국의 거친 비즈니스 전선에서 스스로를 증명해낸 이근일 회장. 칼끝 같은 승부사의 기질과 택견인 특유의 부드럽고 유연한 호흡을 동시에 품은 그의 리더십이, 베트남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K-컬처의 또 다른 주역으로 택견을 어떻게 우뚝 세워 올릴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